모임
[후기] 🙌 환대와 우정의 가능성 -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 혹은 태도
Table Talk - People 45호 섬네일. 행사 현장을 담은 사진 위에 테이블 토크 로고가 있다.

지난 12월 20일, 테이블 토크는 첫 오프라인 모임 <환대와 우정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테이블 토크를 만들어 가며 구독자분들은 어떤 분들인지, 원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눠 보기로 했어요. 비록 바깥 날씨는 추웠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연말 저녁 분위기 속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차별 없는 공간과 서비스에 관심 있는 테이블 토크 구독자분들과 구체적으로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발표자 세 분이 모였습니다. 새해의 첫 테이블 토크 뉴스레터에서는, <환대와 우정의 가능성>의 순간들을 전달합니다.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 혹은 태도

1부 토크는 라이브러리 티티섬, 계단뿌셔클럽, 그리고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에서 참여해 주었습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도서문화재단씨앗에서 운영하는 12~19세 청소년 중심의 공공도서관입니다. 그리고 계단뿌셔클럽은 계단정보를 수집하는 클럽 활동과 계단정복지도를 통해 어디에서 만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은 사회적 소수자 생활인권센터로 혐오와 차별이 없는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꿉니다. 단체에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발표자들 세 명의 사진. 좌측부터 강다영, 문기원, 박수빈이 앉아있고, 박수빈을 보여 강다영과 문기원이 웃는 각도이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발표자들. 좌측부터 강다영, 문기원, 박수빈

토크의 시작은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의 저자 문기원 님이 열어주셨습니다. 기원 님은 테이블토크 37호 ‘어린이 도서관을 떠난 청소년들은 어디로 갈까?’ 인터뷰이로도 등장하셨어요. 테이블 토크의 인터뷰이와 구독자, 에디터가 모두 만난 현장이었어요.😊

청소년도 환대하고 존중하는 공공도서관 상상하기

도서관은 무엇일까요? 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열려 있고, 그곳에 온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는 곳입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청소년 중심의 공공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실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중 환대하고 존중하는 공공도서관 기획을 위한 노력 세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청소년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청소년이 접근하기 좋게 학교들 근처에 위치를 정했습니다. 청소년들끼리 더 편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청소년 전용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도록 기획 단계부터 청소년 기획팀이 동등한 주체로 함께 참여한 점입니다. 두 번째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휠체어 사용자나 아이를 동반한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 지정 성별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회원 가입 절차도 간편하게 바꾸었고요. 마지막으로는 유연한 태도를 다짐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니까 해보면서 배우자!’는 태도로 이용자들과 함께 티티섬을 만들어가며 많은 시도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발표 중인 문기원의 모습과, 책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 표지 ⓒLibLab

라이브러리 티티섬의 탄생 관정을 담은 기원 님의 책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를 보면 공간의 기획부터 시공, 운영까지 세세한 면에서 청소년을 환대하고 존중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에는 매일 용자(이용자)들을 대면하며 일하는 영자(운영자)들도 있는데요. 용자와 관계를 맺으며 신뢰와 친밀감을 쌓아가고, 영자끼리 주기적으로 경험을 돌아보며 공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또한, 책을 만들면서 차별적 표현을 배제했고, 최대한 쉽게 읽히도록 큰 글씨와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코팅하지 않은 내지와 재생지 표지로 제작했고요.


이렇게 라이브러리 티티섬의 가치와 시도에 관한 기원 님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다음은 계단뿌셔클럽 박수빈 공동대표의 접근성과 커뮤니티에 관한 토크가 이어졌습니다.

뜻밖의 계단을 일상에서 마주하기

수동 휠체어를 탄 채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박수빈
발표 중인 박수빈의 모습

수빈 님은 ‘30년 차 수동휠체어 사용자’임을 이야기하며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수빈 님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거쳐 현재는 계단뿌셔클럽의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는데요. 계단뿌셔클럽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60회의 클럽 개최를 통해 1,000여 명의 멤버를 만나 20,000여 개의 장소를 정복했다고 해요. (현 보유량은 8,000여 개)


우리는 언제나 ‘장소’를 찾고 있지만, 계단정보를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전동 휠체어와 수동 휠체어 사용자마다 이동 가능한 장소가 다를 수 있습니다. 계단, 경사로의 유무는 지도에는 충분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은 본인의 보행 도구, 동행인 등 상황을 고려해 접근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조회하는 서비스 계단정복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장소 등록하기 - 1층에 있는 장소인지/입구 사진 정보/계단 유무를 표시할 수 있다
앱 계단정복지도 장소 등록 화면 ⓒ계단뿌셔클럽

계단정보를 함께 수집하는 계단뿌셔클럽의 클럽활동은 적은 자본과 많은 인원, 그리고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나갑니다. 클럽 멤버들과 모여서 산책하며 계단 정보를 수집합니다. 수집 활동 속 퀘스트를 수행하며 게임처럼 즐겁게 정보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계단뿌셔클럽을 다녀간 분들의 긍정적인 변화 또한 공유해주었는데요. 계단뿌셔클럽을 다녀간 분들은 일상에서 뜻밖의 계단을 마주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클럽 활동을 통해 계단 문제에 눈과 귀가 열리고, 외면이 어려워지니, 일상에서도 계속 참여하고 관심이 확대되며 정보, 데이터 확보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발표 페이지 제목: 일상의 발견 - 뜻밖의 계단을 마주침. 클럽 활동으로 정보와 데이터 확보가 이뤄지며, 더 많은 이동을 유도할 수 있는 인식의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내
계단뿌셔클럽 발표자료 ⓒ계단뿌셔클럽

마지막으로는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이주 인권 활동가 강다영 님이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과 성소수자의 주거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혐오와 차별이 없는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을 위한 제안

다영 님은 ‘인생의 절반을 이주민으로 살아왔다’는 본인의 소개와 함께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은 사회적 소수자 생활인권센터로, 혐오와 차별이 없는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 컬러풀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20년간 활동 중입니다. 현재는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과 성소수자의 주거권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우선 ‘불법 체류자’라는 말 대신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인식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언어가 가진 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이 겪는 인권침해와, 성소수자가 가족 구성과 주거에서 소외되는 문제에 왜 주목해야 하는지도 전해주었는데요.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들의 권리를 논의하고 보장하는 것은 결국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생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모두를 위한 행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면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강다영
발표 중인 강다영의 모습

다영 님은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안 여섯 가지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첫째, 이 공간에서 누가 가장 낮고 작고 외롭고 연약한 이인지 생각해 보기
그리고 그와 함께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둘째, 내가 꿈꾸는 “차별 없는 공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런 공간/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 연대&후원하기

셋째, 내가 당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사회적 소수자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만들기

넷째,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차별적이거나 혐오적인 요소가 없는지 고민하고
대체할 언어가 있다면 조금씩 바꾸어보기

다섯째, 나의 세상이 깨어져 확장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기

여섯째, 너무나도 지칠 때 기대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안전한 커뮤니티 만들기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한 공간을 조성하고 싶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해주셨는데요. 다영 님의 이야기를 통해 공간에 대한 인식과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변화의 가능성을 열 수 있었습니다.


세 분의 토크가 모두 끝나고, Q&A가 진행됐습니다.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지역 도서관의 가능성, 어떤 단어와 인식으로 이주민을 대해야 하는지, 함께 변화를 만든 경험 등 다양한 질문과 답이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크린에 뜬 사전 질문을 바라보는 발표자들과, 현장 질문 중인 구독자

나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2부에서는 구독자분들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네트워킹을 진행했습니다.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본인의 모습 그대로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그 방법을 떠올려 보기는 막막합니다. 가끔은 ‘환대’, ‘차별 금지’ 같은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나는 과연 타인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까요? 조건 없는 환대란 과연 가능할까요?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민하고 토론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3~40명 정도의 사람이 6개 정도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서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 쓰여 있는 명함 크기의 카드 8장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토론 중인 구독자들과, 토론에 활용할 수 있는 질문 카드

조별로 진행된 네트워킹에서는 공감, 공동체, 그리고 타인에 관한 여러 질문 카드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짧게 들어보았는데요. 질문과 답을 몇 개 추려서 소개합니다.

Q.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 저희 조에서는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환대하고 우정을 다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고요. 무지 또한 권력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Q. 알지 못하는 타인을 어떻게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을까?

👸 : 오히려 알지 못할 때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상대에게 상처 주기도 하죠. 타인을 잘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존중하는 것, 최대한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 기다리는 것이 포용의 방법이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배려의 시작입니다.

🧓 :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알리고, 들을 준비를 해요. 어떤 식의 존중을 원하는지 알 수 있도록 상대방에게 맞춰요.

Q.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 모두를 위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약속문을 함께 만들고 낭독하는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기도 해요.

👨 : 음식이 중요한데요. 일단 오늘 오미자차가 정말 맛있었고요(웃음). 서로 간의 적당한 거리와, 눈치 보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그리고 참가자를 배려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오늘 모임은 확실히 편안한 분위기네요. 기본 옵션으로 비건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좋았어요.

네트워킹과 럭키드로우의 현장

끊임없이 환호성이 터지던 든든한 럭키드로우를 끝으로, <환대와 우정의 가능성>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시작으로, 테이블 토크도 앞으로 부지런히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서 모임에 참석해 주신 구독자분들,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어도 테이블 토크를 응원해 주시는 구독자분들 모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4년에도 테이블 토크는 의미 있는 연결과 인사이트를 찾아 나가려 합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글 | 이승현

📺현장 스케치 영상

현장의 생생함이 더 궁금하다면? 테이블 토크 구독자분들께만 공개된 링크로, 5분 가량의 짧은 스케치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