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eople
#
26
2023.05.04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아이디엇 이승재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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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Table Talk - People #26 아이디엇 이승재 대표의 모습이 있는 썸네일 이미지

Table Talk 인터뷰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ESG 주제는 재미없어 홍보가 어려워요.”, “확산이 잘 안되니 매번 같은 사람끼리 같은 말만 반복하는 느낌이에요.” 아무리 좋은 내용과 솔루션이 있다고 한들,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죠. 어떻게 뻔한 주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만들 수 있을까요? 소셜 생태계를 넘어 더 많은 대중으로의 확산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참신한 접근법으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광고 기획자를 만나봅니다. 광고회사 아이디엇 이승재 대표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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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 광고 관련 배경 없이 20대 때 무작정 창업했다. 어떻게 그런 결심이 가능했나?

광고를 너무 좋아했고, 잘하고 싶었다. 주체적으로 광고를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누구도 일을 주지 않으니 무작정 광장에 나가 보이는 브랜드마다 광고 아이디어를 기획했다. 100여 개의 제안서를 보냈으나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광고할 수 있도록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커머스 등 여러 사업을 거쳤다. 처음 진행한 광고를 광고제에 출품해 국제적인 상을 받은 이후부터는 자신감이 생기고 영업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후 쌓아온 비즈니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시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해보자고 결심했고 지금의 아이디엇이 되었다.

| "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아이디엇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Marketing, Advertising은 모두 ‘-ing’ 로 끝난다. 진행형이기에 이 산업에서 뭔가를 정의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과거형으로 어떤 의미를 정의하는 순간 산업의 역행일까 싶어 조심스럽다. 그래서 오늘의 생각으로만 정리해 본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 광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아이디엇이 말하는 '솔루션 광고'란 무엇인가? 왜 이것에 집중했나?

일반적으로 광고라 하면 브랜드가 정해진 영상 포맷 안에서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를 떠올린다. 그런데 광고의 본질을 살펴보면, 광고는 광고주가 처한 상황 속 목적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광고주마다 해결 과제는 다양한데 형태는 매번 같으면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광고라는 개념의 고정관념을 깨보자’고 생각했다. 정해진 미디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를 벗어나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일상 속 접점에 다가가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광고의 소재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소비자의 경험을 만들면 보다 진실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 솔루션 광고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해 인천광역시교육청과 했던 근로계약서 대봉투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담당자를 만나 열악한 청소년 노동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근로계약서는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의 안전장치지만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점주들이 잘 안 써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야기를 듣는 1시간 동안 가슴이 뜨거워졌다.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근로 계약서 작성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점주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서류를 보니 보건증이 있었다. 보건소와 협업해서 보건증을 담아줄 때 사용하는 보건증 대봉투 겉면에 쉽게 분리 가능한 근로계약서를 인쇄하면 실효성 있는 솔루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인천 전 지역 보건소, 청소년 관련 기관, 학교 등에 배포되었으며, 캠페인 3개월 후 지역 내 근로계약서 작성률이 6%가량 상승했다. 현재는 특허를 내서 다른 지역에도 납품하며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이어가고 있다.

(클릭) 인천광역시교육청,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한 근로계약서 대봉투 © 아이디엇

좋은 광고에 필요한 접근 방식과 3가지 기준  

| 이색적인 제안에 광고주가 당황한 경우는 없는가? 있다면 어떻게 설득하나?

있다. 기존에 흔히 생각하는 광고의 형태를 벗어난 방안을 제안하니 종종 광고주가 당황한다. 그럴 때는 광고주가 가진 진정성을 메시지로만 표현하지 말고 사람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보자고 더 큰 가치 차원에서 설득한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매력적이라 느끼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구구절절 말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한번 보여주는 게 더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이런 방식이 시대의 흐름과도 맞다. 요즘 소비자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 하여 소비행위를 통해 본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소비자가 이런 흐름을 가지고 있으니 브랜드나 기업들도 자연스레 이를 겨냥한다. 기업이 단순 기업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진 인격체임을 내세우고 활동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으로 광고 업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 상업 광고와 비영리 영역의 광고. 기획 관점에서 두 분야의 차이가 있나?

일단 예산이 다르다. 예산 규모를 제외하면 일의 과정은 똑같다. 이 기획 과정에는 3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광고주와의 연관성, 소비자의 니즈, 전달하고 싶은 가치’. 이들의 교집합을 찾으면 광고가 나오며 여기서 공익인지 상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좋은 광고에 대한 기준은 동일하다.


곰표 굿즈가 해발 300m 산꼭대기에 올라가게 된 이유

| 해발 300m 산꼭대기에 곰표 플로깅 하우스를 열고 등산객이 플로깅(쓰레기 줍기 활동) 후 쓰레기와 굿즈를 교환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아이디어 도출 과정이 궁금하다.

항상 무엇을 할지 정해두지 않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기준 공식(광고주와의 연관성, 소비자의 니즈, 전달하고 싶은 가치)을 대입해 봤다. ‘광고주(대한제분)와의 연관성’ 중 가장 상징적인 게 당시 ‘곰표 굿즈’였다. 이 굿즈와의 교집합을 ‘소비자의 니즈’로 이어보니 이미 굿즈 자체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3가지 기준 중 ‘광고주와의 연관성’과 ‘소비자의 니즈’가 이미 부합하는 상황이니 ‘전달하고 싶은 가치’만 연결하면 광고가 완성되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곰표 굿즈에 열광하는 방식을 찾아봤다. 곰표 맥주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돌아다니고 곰표 패딩을 사려고 다른 지역으로 몇 시간씩 이동해 줄을 섰다. 그 모습을 보며 곰표 굿즈는 단순 굿즈 상품이 아닌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랜드가 소비자를 움직이는 동력 장치를 보유하고 있으니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일까 고민하다 기업의 이익을 위하기보다는 선하게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했고 플로깅과 굿즈 교환 방식을 연결했다. 그냥 교환하면 재미없으니 해발 300m 산꼭대기나 피서철 해변에 부스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지 궁금했고,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큰 이슈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플로깅 참여자들이 재활용된 곰표 밀가루 포대에 긴 집게로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다, 오른쪽은 산 정상에서 굿즈를 교환할 수 있는 굿즈 하우스, 다양한 굿즈가 진열되어 있다.
(클릭) 대한제분, 곰표 플로깅 하우스 © 아이디엇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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