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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환대하는 콘텐츠 설계하기 - 접근성을 기획하고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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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문화예술계 내 접근성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창작자와 연구자를 중심으로 접근성 공연에 대한 시도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여러 공공 문화시설과 행사에서 ‘장애 예술’, ‘배리어프리’, ‘접근성’을 한 해의 주요 키워드로 내세웁니다. 접근성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것도 근 몇 년 사이의 일입니다. 대부분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문화예술, 임팩트 영역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장애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6.5% 늘어난 것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 긍정적이고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접근성이 너무 유행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과지표를 채우기 위해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내세우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에 이러한 우려도 납득이 되는데요.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와 고민을 잘 수집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접근성 창작자들의 고민과 도전은 그 영역이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으나, 처음 시도하는 이들에게 접근성은 여전히 막막하고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금다른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부터 시작하여, 접근성의 개념과 다양한 측면, 그리고 실제 적용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순서와 내용 등을 폭넓게 다루고자 합니다. (각각의 접근성 장치, 요소에 대해 깊게 다루는 글은 아닙니다.)

조금다른 주식회사 로고와 캐릭터. 눈과 팔다리가 그려진 초록색 캐릭터.
조금다른 주식회사의 로고와 캐릭터. 조금다른은 다양한 문화예술현장의 접근성을 고민합니다.

1. 접근성, 왜 개선해야 할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요 화두로 떠오른 접근성.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온 이슈인 만큼 여전히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방법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지 언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접근성 작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은 주로

A. 들어가는 리소스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

B. 접근성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라는 것입니다. 사실 주장 A는 문화예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화예술 또한 수많은 시간 동안 정량적 지표에 대한 증명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가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주장 B는 그들이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배제하며 살아왔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장애인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접근성 매니저로 활동하며 있었던 일입니다. 공연장에 장애인 관객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 음성의 내용 변경(공연장 및 안내원 위치, 접근성 매니저 상주 여부,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방법) 및 접근성 매니저 자리 설치를 요청했는데요. 공연장은 이에 대해 진행이 매끄럽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거나 별도의 자리를 설치하는 것이 안전 정책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저희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몇 차례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도 설득되지 않던 이들을 설득한 것은 결국 ‘장애인 관객의 예매 내역’이었습니다. 실제 장애인 관객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니, 공연장이 정말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한 것이죠.

2023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의 수는 전체 인구의 5.1%에 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접근성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노인, 아이, 임산부, 일시적 부상을 입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인간이 다양한 만큼,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의 행복 추구 선택지는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적고,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울 정도가 3배 이상 차이 나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2020-2022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신과적 질환 현황, 우울, 불안, 치매 모두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의 비율이 2배 이상 높다.
2019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신과적 질환 현황 (출처 : 국립재활원)


2. 접근성이란 무엇인가?_용어에 대한 이해

접근성(Accessibility)은 모든 사람이 어떤 제품, 서비스, 환경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조금다른 주식회사는 원활한 작업을 위해 접근성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있습니다.

  • 정보 접근성 : 다양한 이용자가 정보에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에게 적합한 정보의 내용, 형식, 공지 기간, 전달 방법 등을 고려하여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의사소통 접근성 : 다양한 이용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사전에 갖추어 의사소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공간/물리적 접근성 : 이용자가 공간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고려하여 물리적 환경을 점검하고 필요한 시설과 안내를 제공하여 공간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접근성 :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이용자에게 필요한 접근성 요소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방법을 설계하여 프로그램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미학적 접근성 : 접근성이 기능적 역할뿐만 아니라 고유한 미적 요소를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름다움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며 미학적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성 개념을 이해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위 개념들이 실제로는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각 상황과 대상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누구를 위해 접근성을 개선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이들을 환대하고자 하는가?

접근성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배리어를 허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이들을 뾰족하게 설정하는 일은 나아가 더욱 많은 이들을 위한 일이 될 것입니다. 휠체어 사용자를 고려한 경사로가 유아차 이용자나 짐을 운반하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처럼요.

유니버셜 디자인. 휠체어나 유아차를 타고 있거나, 지팡이를 짚거나 임신을 한 사람의 모습을 픽토그램으로 만들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이용자들이 성별, 나이, 장애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편적 디자인을 뜻한다.

접근성 개선의 주요 대상에는 시각, 청각, 지체, 발달 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하는 노인 인구, 임산부 및 영유아 동반자, 언어적 소수자인 외국인이나 이주민,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번 콘텐츠를 제작하며 만나고 싶은 이들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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