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eople
#
63
2024.08.08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
오늘의 키워드
#창작/연구
#기업
오늘의 질문
행사 안내
오늘의 키워드
#창작/연구
#기업
오늘의 질문
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Table Talk #63호 썸네일.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가 팔짱을 낀 채 활짝 웃으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 있으세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고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기 마련인데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 소개할 고이장례연구소의 송슬옹 대표는 치열한 진심으로 장례를 연구하며, 이 질문에 "장례 과정에는 따뜻함 하나만 있으면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장례가 단순한 의식을 넘어 고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기리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동시에 현 상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송슬옹 대표가 꿈꾸는 정직한 장례 시장과 새로운 장례 문화에 관한 이야기, 함께 살펴보시죠!


People 코너 로고. 사회혁신가와의 인터뷰를 전하는 Table Talk - People
1. 진심을 배우는 업(業)
2. 본질에 집중하는 장례
3. 존재를 입체적으로 기억하려면

🗺️ 진심을 배우는 업(業)

| 어떤 계기로 상조 산업에 관심을 가지셨어요?

아버지가 장례지도사로 활동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장례에 익숙해지면서 죽음을 필연적이고 객관적인 현상 자체로 받아들였죠. 직접적인 관심을 두게 된건 저 역시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후였어요. 스무 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과정에서 장례에 문제의식을 느꼈죠. 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신 분들은 누구신지 왜 오시는지조차 몰랐어요. 모든 의례가 저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형식이었죠.

게다가 할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자주 찾아뵙지 않았던 터라 당신이 돌아가신 뒤 커다란 죄책감과 우울을 마주했어요. 미안하고 고마웠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처음 경험한 죽음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었던 순간은 할머니의 첫 기일이었어요. 가족과 함께 울면서 할머니의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보고 느꼈던 할머니의 모습을 듣다보니 당신의 삶이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할머니를 더 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었죠. ‘장례식 때 이랬어야 했는데’ 싶더라고요. 치유는 의미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장례식의 본질이 형식보다 의미에 가까워야 하는 이유죠. 지금의 장례식은 이와 거리가 멀고요. 장례를 더 의미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장례지도사’가 적힌 흰 가운을 입고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있는 고이의 멤버들.
고이와 함께하는 멤버들. ⓒ고이장례연구소

| 장례지도사를 꿈꾼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대학을 오래 다니면서 휴학을 3년 했고, 그동안 스타트업 2곳에서 일했어요.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성장의 순간에는 늘 고객이 있음을 체감했어요. 저의 꿈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무얼 원하고 어떤 지점에서 어려워하는지 살펴야 함을 몸으로 배웠죠. 우선 고객과 가까이에 있으면서, 내가 진심으로 해보고 싶었던 장례지도사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이후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장례지도사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구조라, 고객을 직접 데려오기가 참 어려워요. 어떻게 고객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알고 있는 장례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지식인 답변을 시작했어요. 한 달간 매일 답변을 달았죠. 그렇게 하다가 처음으로 장례 상담 요청을 받았어요.  

지식인 답변을 통해 첫 장례 상담 요청을 받은 송슬옹 대표(화면 재구성)

| 첫 번째 고객을 지식인 활동 중에 만나신 건가요?

맞아요. 제가 평생 장례지도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이기도 해요. 처음 맡은 장례이다보니 마음에서 우러나 했던 일들이 있었어요. 그분들에게도, 저에게도 정말 중요한 일인 만큼 잘 해드리고 싶었죠. 장례 전에 필요한 것, 장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세세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와 손편지를 전해드렸어요.

고이 장례가이드 실물 책자가 펼쳐져 있다.
고이에서 제작한 장례가이드(클릭)

또, 제가 만약 이분들의 가족이라면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봤어요. 빈소를 차리지 않고 가족끼리만 하는 장례였는데요. 보통의 장례에서는 가족들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입관식 때 조문객으로부터 헌화를 받아요. 그런데 ‘우리 아빠만 받지 못하면 씁쓸하겠다’고 짐작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가족분들이라도 따로 헌화할 수 있도록 꽃을 한 송이씩 준비해뒀어요. 이런 작고 사소한 부분들을 알아봐 주셨고, 감사함을 표현해주셨죠. 마지막 날 화장터에서는 관이 들어가고 고인의 아내분께서 무너지셨는데, 그 감정이 저에게까지 전이된 나머지 저 또한 화장터가 떠나가도록 울었어요. 상주분께서는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셨고요. 그때만큼은 저도 이분들의 가족이었고, 이 가족의 장례지도사였던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시 여자친구이자 현 아내에게 ‘나 평생 장례지도사 해도 되겠다’고 말했어요.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 필요 없고, 이게 가장 행복하다 싶었죠. 그간 많은 걸 팔아보았음에도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매했을 때 너무 행복했고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어요.

|  장례지도사에서 고이장례연구소 창업으로 나아간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경험한 장례는 다른 거 필요 없이 따뜻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되는 서비스였어요. 저도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으니 기존 회사들을 찾아가 배우려 했죠. 장례식장 알바를 뛰기도 하고, 상조 회사에도 프리랜서로 영업하러 다녔어요. 그런데 당시 채용을 위해 만났던 한 상조회사의 대표님께서 ‘여기 전쟁터야. 이 시장은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상조 산업은 기본적으로 하청이 반복되는 구조로, 고객을 미리 설득해 기존 상품에서 다른 옵션을 더 팔아 돈을 벌고 있었어요. 추가 옵션을 팔지 못하면 장례지도사 개인은 돈을 벌지 못했고, 마케팅비도 굉장히 많이 들었죠. 상조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어요.

장례지도사는 도급 업체에 추가 매출 수수료 50%를, 도급 업체는 대형 선불 상조에 수수료를 50% 지급해야 하는 현 상조 산업의 하청 구조.
하청이 반복되는 상조 산업 구조 ⓒ고이장례연구소

제가 꿈꿨던 특별한 장례는 나중의 일이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상태였으니까요. 장례 서비스는 따뜻한 마음 하나만으로도 부족한데, 무언가를 더 팔려는 마음이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이걸 바로잡야겠다 결심한 뒤로는 구조 자체에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장례지도사들이 무언가를 팔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로서는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고 좋은 장례 서비스를 시장 내에 표준화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이를 실현할 수단인 비즈니스로 고이장례연구소를 시작했습니다.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No items found.
(재)행복나눔재단 SIT(Social Innovators Table)팀
서울시 용산구 장문로 60 (동빙고동) 02-333-3963
수신거부 Unsubscribe
URL 복사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