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비건주의는 제게 미지의 영역이었어요, 존재는 알고 있지만 실체는 알 수 없었던. 동물 해방물결 구성원의 생각을 듣고, 그들의 일터를 방문하고,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죠.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동행이었습니다. 특별한 그들에게서 내 살에 닿는 보편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용기’
취재를 통해 한 여성의 용기 있는 삶의 여정을 자세하게 들었습니다. 비건주의 찬반 여부를 떠나, 한 인간의 확고한 신념, 그리고 신념과 일치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고군분투에 순수한 흥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요즘 타인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이 알고, 믿는 바대로 사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산삼 찾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에디터는 어쩌면 도시의 심마니가 아닐까🌱). 다시 한번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 용기가 우리의 삶에도 찾아와 주길 소망해 봅니다.
저희 동물해방물결이 강원도 인제에서 키우고 있는 소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맨 왼쪽에 있는 친구는 엉이예요. 이 친구가 대장소예요. 다섯 소가 모두 남성이라서 서열이 중요하죠. 서열이 높을수록 더 좋은 곳에서 먹이를 먹을 수 있거든요. 이마 삼각형이 좀 더 대칭적인 친구가 창포예요. 엉이도 이마에 삼각형이 있는데 창포보다 비대칭적이에요. 부들이는 뿔이 아래로 처져 있고요. 반대로 머위는 뿔이 되게 위로 치솟아 있어요. 뿔이 적당히 위로 솟은 친구는 메밀이에요.
소 이름을 들풀과 들꽃의 이름으로 지었어요. 통칭해서 ‘꽃풀소’라고 부르고 있고요. 들의 풀과 꽃은 강인하고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잘 살잖아요. 이 친구들이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꽃풀소들과 인연이 됐던 게 인천 계양산 불법 개농장 현장 방문 때였거든요. 개 사육장 옆에 ‘육우’라고 불리는 소들이 살고 있었어요. 농장주가 더 이상 소들을 데리고 있지 못하게 돼 도살장으로 가야 했던 상황에서 긴급 모금을 통해 구출하게 됐어요.
강원도 인제 보금자리에 소들이 처음 도착했을 때가 기억에 잊히지 않아요. 엄청난 호기심과 어떤 분출의 그런 기운을 제가 그 이삿날 느꼈던 것 같아요. 부들이가 ’더그덕 더그덕’ 뛰기 시작하니까 옆에 있는 친구들도 소들도 같이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굉장히 신나 보였어요.
저는 이지연이고요.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동물권 운동 시민단체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강원도 인제 신월리 달 뜨는 마을의 청년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동물해방물결은 학대⠂착취⠂살상 당하는 동물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미션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곳곳에 동물이 죽거나 동물의 고통을 동반하는 서비스들이 있어요. 근데 굉장히 가려져 있거든요. 동물의 고통은 사실 많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동물이 학대⠂착취⠂죽임 당하는 현장에 가서 조사하고 기록해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죠. 그리고 그걸로 대중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국회에 가져가서 "지금 현재 있는 제도나 법을 정책을 이런 방법으로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는 거죠.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변화는 적어도 동물이 인간의 필요 때문에 강제로 태어나고 고통스럽게 사육되고 결국 죽임당하는 그런 산업이나, 그렇게 생산된 동물성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문화가 없어지는 세상을 바라는 것 같아요. 이것을 쉽게 말하면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세상’이죠.
👉 동물해방물결 홈페이지 : https://donghaemul.com/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자연 다큐멘터리 보는 것도 좋아하고 강아지랑 살고 싶다고 부모님께 조르기도 하고 동물원도 많이 갔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쯤에 처음으로 지방에 있는 사설동물원에 갔었는데, 들어갔을 때부터 굉장히 놀랐어요. 왜냐하면 토끼들이 엄청나게 작은 공간에서 너무 번식이 많이 돼서 ‘바글바글’하게 있었거든요. 거기에 토끼들 몸까지 아주 더러웠거든요. 저는 그런 장면을 처음 봤어요. 그 동물원에서 마지막으로 본 호랑이는 더욱 충격적이었어요. 동물원 관리인이 생닭을 던지고 떠난 창문으로 가서 한 30초에서 1분가량을 계속 문을 두드리면서 포효하더라고요. 그 포효에서 엄청난 불안감, 불행, 분노 이런 것이 저한테 느껴졌어요. 그 후에 제가 그날 그 자리에 돈을 주고 동물들을 보러 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막 화가 나는 거예요.
그때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대학교 졸업 후 저는 “어떻게 하면 동물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 가서 ‘생물 다양성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석사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여러 가지 담론들을 많이 접했죠. 그 석사 프로그램 졸업 후 “이제 진짜 바꾸는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동물 해방 모든 동물의 해방을 외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음 맞는 동료와 의기투합을 해서 2017년에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