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ick
#
71
2024.10.31
어쩌다 모금을 하게 된 사람이 쓰는 글
십시일방 이호영 대표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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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Table Talk - Pick 71호 섬네일.


Pick 코너 로고. 사회혁신 모델, 사례를 소개하는 Table Talk-Pick

👀 에디터 노트

지난 달 Table Pick을 기억하시나요?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글에서처럼 비영리가 공익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죠.

비영리 조직이 사업 수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기부 모금’이지만, 활동 취지에 공감하는 기부자를 만나고 신뢰 관계를 쌓는 일은 쉽지 않죠. 후원자 또한 내가 기부한 돈이 의미 있게 쓰이기를 바라지만, 그런 단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대학 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수익 모델을 가진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던 필자가 가치와 철학을 판매하는 기부 모금가로 변신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요.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필자의 경험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뜻을 함께하는 후원자들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 영감을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Table Talk의 약자인 ‘TT’를 활용한 로고 구분선 이미지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흐려지던 시기에서

2014년 평범한 대학교 3학년이던 저는 학과 친구들과 함께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공강 시간(강의와 다음 강의 사이의 빈 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강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이 활동의 이름을 ‘십시일밥’으로 정했습니다.

한 대학생 남성이 학교 식당의 주방에서 분홍색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착용하고 설거지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봉사 활동이 커져 인근 대학에도 지부를 설치했습니다. 3년 뒤 십시일밥은 29개 대학에서 1,000여 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고,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한 것이 제가 사회혁신 생태계에 들어온 계기였습니다.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봉사활동에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봉사의 대가로 받은 식권은 전부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봉사자 모집을 위한 홍보물 제작비, 식당에서 착용해야 하는 단체 위생복 구매비 등은 저를 포함한 운영진들의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대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 대학생이

그러던 와중에 큰 상금이 걸린 경연대회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나가서 상금을 받으면 당분간 운영비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에 참석해 들어보니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은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당시의 십시일밥 모델로는 입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십시일밥은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단체인데 수익 구조와 어떻게 연관 지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분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비영리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오히려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에 기반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고, 앞으로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점차 흐려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후 십시일밥 총회를 통해 운영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원래는 공강 시간에 봉사활동을 한 대가로 식당에서 받은 식권을 100% 기부했는데, 이후부터는 식당에서 약 20%의 운영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기부했습니다. 100% 비영리성으로 운영되던 십시일밥에 20%의 영리성을 얹은 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진들의 사비 또한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었고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대상, 딜로이트 AS ONE상을 수상한 팀 십시일밥의 모습. 다섯 명의 팀원이 정면을 바라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팀 십시일밥.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에 기반한 사회혁신’. 저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덕분에 앞서 언급한 경연대회에서는 전국 참가 팀 1,294개 중 1위를 할 수 있었고, 2014년에 시작한 십시일밥은 2024년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사회혁신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형성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며 타인의 기부나 선의에 의해 운영되는 단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명확해져야 하는 순간

경연대회 우승 이후 저는 얼마간 십시일밥을 운영하다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주축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때의 저는 한창 자신감이 붙어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십시일밥을 떠나 오랫동안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번에는 십시일’밥’이 아닌 십시일’방’이었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제가 싫었던 것은 ‘식권 몇 장 기부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깊이 있는 변화를 오랫동안 만들어가는 모습을 꿈꿔왔습니다. 그래서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안전한 주거를 제공하고, 이 기반 위에서 교육과 생활적 지원을 제공하는 십시일방을 시작했습니다.

(좌) 10명의 십시일방 청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면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우) 취약계층청년과 1대 1로 멘토링을 진행 중인 모습.
(좌) 십시일방 로고.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안전한 주거, 교육, 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십시일방.

2020년 설립한 십시일방은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청년과 깊이 교류하고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제가 계획했던 깊이 있는 변화가 창출되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주거 지원은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방법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메인 수익 모델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할 때는 비교적 빠르게 수익 모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지 못할까 고민했고 스스로 괴로워했습니다.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저의 부족한 능력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시일밥과 다르게 십시일방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부적합하거나 부적절한 것이 아닐까?’

이후 저는 모든 사회혁신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만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있어야만 지속할 수 있으니 십시일방 또한 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과거 십시일밥에 수익 모델을 입혔던 경험에 스스로를 가두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모금을 하게 된 사람이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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