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eople
#
84
2025.03.06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면?
밀양은대학 박은진 센터장
오늘의 키워드
#도시/공간
#지역/주거
#청소년/청년
#커뮤니티
오늘의 질문
지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행사 안내
오늘의 키워드
#도시/공간
#지역/주거
#청소년/청년
#커뮤니티
오늘의 질문
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작년 초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마저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섰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30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고 합니다. 청년이 떠나면 도시도 사라진다는데, 현실은 더 많은 청년이 지역을 떠나고 있죠.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방 중소도시의 20대 인구는 매년 10% 이상 감소하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 취업을 위해 떠난 청년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지역에서는 정말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걸까요?


하지만 이 고정관념을 깨는 실험이 경남 밀양에서 시작됐어요. 청년들이 고향에서 미래를 그리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밀양은대학'이라는 특별한 플랫폼을 만든 거죠. 폐교된 대학 캠퍼스를 되살려 지역 청년들의 배움터이자 실험실로 만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디자인하는 새로운 시도, 밀양소통협력센터 박은진 센터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도시 전체가 대학이 되는 ‘밀양은대학’

| 밀양은대학이란 이름이 재미있네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사실 저희가 처음부터 대단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2022년에 행안부와 경상남도, 밀양시가 추진하는 '행정안전부 지역 거점별 소통협력 공간 조성' 사업에 밀양시가 선정됐거든요. 그때 마침 폐교된 국립밀양대학교 캠퍼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참이었어요.


대학이 문 닫으면서 도시가 확 죽어버린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공간이 다시 살아난다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문득 '캠퍼스니까 배움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살려보자' 했죠. 근데 이게 꼭 이 건물 안에서만 일어나야 하나? 도시 전체가 배움터가 되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밀양은대학'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밀양은대학 캠퍼스(밀양대학교 3호관)와 로고

| '밀양의 대학'이 아니라 '밀양은 대학'인거군요.

네, 그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저희는 '도시 전체가 캠퍼스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했거든요. 제가 경남 사람이라 잘 아는데, 제 또래 친구들은 다들 수도권으로 떠나요. 근데 이야기를 나눠 보면, 단순히 일자리 때문만은 아니더라고요. 다들 "여기 있어봤자 성장이 없잖아"라는 말을 해요. "서울 가면 카페에서 공부하다가도 옆에서 무슨 스타트업 이야기가 들리고, 길 걷다가도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는데, 여기는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그럼 우리가 이 도시를 그런 곳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나요?

올해는 다섯 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어요. '연결기획학과', '자기탐색학과',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 '공동체미디어학과', '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가 있죠.

<연결기획학과>에서는 지역과 세대, 분야의 경계를 넘어 동료와 함께 다양한 연결실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해 볼 수 있어요. 이번 기수에서는 밀양의 다양한 취미모임을 연결하고 공유하는 ‘밀취회: 밀양 취미 공유회’, 지역의 20~60대의 초상과 이야기를 담은 전시 ‘밀양의 얼굴들’, 지역의 맛과 멋을 담은 보드게임 ‘밀양 멋 마블(부루마블 형태 게임)’ 등 밀양의 새로운 매력과 연결을 발굴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어요.

<자기탐색학과>는  청년들이 지역의 학연, 지연 바깥에서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고,  연극, 탐방, 사람책, 워크숍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와 지역을 발견하는 과정이에요. 참여자들은 1인 1개의 ‘자기 탐색 프로젝트’를 통해 나다운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실행해보게 됩니다.  

자기탐색학과 수업 현장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에서는 신체활동과 놀이를 통해 말과 생각에 갇혀있던 ‘성평등’을 몸의 관점과 감각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을 진행해요. 나이, 젠더, 신체 조건 등을 넘어 다양한 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돌봄과 연대를 나누는 문화를 경험하는 학습과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죠.

<공동체미디어학과>에서는 마을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라디오 제작 교육과 실습을 진행해요.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공동체 소식과 이웃 이야기로 마을 라디오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이죠.  

마지막 <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는 생태, 교통, 복지 등 관심 있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모으고, 관련 데이터를 지도 형태로 시각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지역의 중요한 의제가 더 많은 사람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 수업 현장(사진: Studio H.박혜정)

각 학과마다 15~20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재밌는 건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는 점이에요. 20대부터 60대까지 골고루 있어요. 저희도 처음엔 놀랐죠. 그런데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모여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공감과 존중의 문화도 생기더라고요. 자기탐색학과는 유일하게 연령대를 청년으로 한정했는데, 이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지역 청년들을 보면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들에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런 걸 차근차근 들여다볼 시간이 우선 필요하다고 봤죠.


| 밀양 주민만 참여할 수 있나요?

수업은 모두 밀양에서 진행되지만, 참여자는 전국 각지에서 와요. 부산에서 매주 오시는 분도 있고, 서울에서 오시는 분도 있어요. 2023년 처음 시작한 때에는 외지에서 온 참여자 비율이 반 정도였는데, 지금은 밀양 분들이 80% 정도 돼요. 3년 차에 접어들기까지 밀양 내 입소문이 많이 났거든요. 처음엔 다들 "이게 뭐하는 곳이야?" 하면서 의아해하셨는데, 하나둘 참여해보신 분들이 주변에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우리 시민협력팀이 주민을 직접 찾아가 설명하고 독려도 하며 열심히 발로 뛰기도 했고요.

요즘엔 시에서 먼저 저희를 찾아오기도 해요. "청년들을 만나려면 소통협력센터에 가야 한다"면서요. 밀양 전체 인구가 10만 정도인데, 그 중 청년은 만 6천 명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그나마도 실제 여기 거주하고 있는 청년은 더 적을 텐데, 그 청년들이 모이는 곳이 이곳이죠.

2024년 밀양은대학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

변화와 활력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곳

| 밀양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지역에서 미래를 그리기가 참 어려운가 봐요. 저희가 청년들을 만나보면 열에 아홉은 "뭔가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요. 이미 무언가를 하고 있는 친구들은 잘하고 있어요. 문제는 시작도 못 해본 친구들이 훨씬 많다는 거죠.

특히 밀양에는 대학도 없고 일자리도 많지 않다 보니,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다들 타지로 나가요. 청년 인구가 도시의 20%도 안 되는데, 실거주 청년은 더 적죠. 그러다 보니 각자가 고립된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나 혼자만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2024 밀양은학교 모집 포스터와 오리엔테이션 현장

| 그래서 밀양은대학이 청년에게 하고 싶은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지역에서 '활력 인구'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요즘 다들 '관계 인구(생활인구)'를 이야기하잖아요. 관광객보다는 더, 정주 인구보다는 덜 깊게 지역과 관계 맺는 사람들이요. 저희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활력 인구'라는 개념을 쓰고 있어요. 지역과 관계를 맺으면서 실제로 이 도시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들이요.

예를 들어볼까요? 저희 연결기획학과에 참여하는 분들은 연령대가 정말 다양해요. 20대부터 60대까지 있는데, 청년, 공무원, 이주민도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김해-밀양을 오가시는 분도 계세요. 처음엔 다들 어색해하시다가 이제는 서로 빵도 구워오고, 간식도 나누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기획과 새로운 모임, 이벤트가 생겨나는 거죠. 저희 센터가 없어도 뭔가를 만들고 해나갈 수 있는 분들이 많아져서, 청년들이 무언가 해보고 싶을 때 함께 할 사람을 찾고 어렵지 않게 무언가를 시작해볼 수 있는 활력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밀양은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세대 교류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면?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면?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면?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면?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면?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된다면?
No items found.
(재)행복나눔재단 SIT(Social Innovators Table)팀
서울시 용산구 장문로 60 (동빙고동) 02-333-3963
수신거부 Unsubscribe
URL 복사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