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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2025.01.16
연결의 밀도 : 변화를 만드는 관계 만들기
비장애형제모임 <나는>,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안무서운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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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추운 겨울 저녁, 온기 가득했던 만남이 있었어요. 12월 19일, 테이블토크의 두 번째 구독자 모임 <연결의 밀도: 모임-커뮤니티-컴퍼니>에서는 당사자들의 연대와 관계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세 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레터는 지난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공유해볼게요.

사진=행사장 내부 전경
[사진=행사장 내부 전경]


"우리의 고민은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니까요"
- 비장애형제모임 <나는> 이야기

지난 레터의 인터뷰이였던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의 이은아님께서 이야기의 문을 열어주셨어요. <나는>은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의 정신적 장애,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청년들의 모임이에요. 이들은 부모님의 부재시 장애 형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과 부담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린 나이부터 장애 형제를 돌보느라 고립감을 겪거나 부모의 의도치 않은 방임을 경험하면서 많은 감정적 혼란을 느끼죠. 이러한 경험은 그들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과도한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0대 중후반, 제 마음이 정말 힘들었어요. 상담을 받으면서 깨달았죠. 제 안에 가족과 장애 형제에 관해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쌓여있다는 걸요... 그때부터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을 찾아 나섰어요."

사진=토크 중인 출연진들. 좌측부터 김지선(사회자), 이은아, 오현아
[사진=토크 중인 출연진들. 좌측부터 김지선(사회자), 이은아, 오현아]

매월 <나는>에서 열리는 '대나무숲 티타임'은 단순한 모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비장애형제들이 함께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생각도 정리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죠. 올해부터는 '다시 만나는 나'라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는데요, 비장애형제인 심리상담사가 심리 검사와 상담을 제공하며 치유의 여정을 함께합니다.

"가끔 위급한 상황에서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마다 바로 상담을 연결해드리죠. 모임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는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그런 분들께는 조심스럽게 상담을 권유드리고 있답니다."

이은아님은 커뮤니티 운영에 대한 현재의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첫째는 비장애형제들이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문화를 지키는 것이었어요. 연구 목적이나 종교 전파, 심지어 장애 치료 약품의 판매를 위해 의도를 숨기고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명확한 약속과 규칙을 만들어 일관되게 운영하고자 노력중이라고 하셨어요.

둘째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모임원들의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운영진에게 의미 있는 무형의 혜택을 제공하거나 활동비를 지급하는 전담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을 고려중이라고 하셨어요.

그림=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운영진 or 전담인력, 비영리임의단체 or NEXT, 참가비 or 수익사업, 발표자료 중 일부
[그림=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운영진 or 전담인력, 비영리임의단체 or NEXT, 참가비 or 수익사업, 발표자료 중 일부]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눠요"
-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이야기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N인분의 오현아님은 특별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끝이 없는 길을 홀로 걷는 듯한 같은 느낌,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림=여러분은, 끝이 없는 길을 홀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나요?, 발표 자료 중 일부
[그림=여러분은, 끝이 없는 길을 홀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나요?, 발표 자료 중 일부]

N인분은 장애나 질병이 있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단체예요. 자조모임을 넘어 사회 변화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지향하죠. 매달 돌봄과 커뮤니티를 주제로 북세미나도 열고, '돌봄 학교'라는 특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눈길을 끈 건 '영영케어' 프로젝트였어요. 돌봄 청년과 돌봄 청소년이 서로를 지지하며 성장하는 관계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우리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니, 속마음을 털어놓을 어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오현아님도 커뮤니티 운영에 관한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치유를 위한 자조 모임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해요. 돌보는 가족의 건강이 악화되면 참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최근에는 구성원 모두가 주체가 되어 역할과 권한을 갖는 공동체를 꿈꾸며 법인화를 계획 중이라고 하셨어요.

"안 무서운 사람이 많아져야 해요"
- <안무서운회사> 이야기

마지막으로 5년간의 은둔 경험을 가진 유승규님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그는 이제 다른 은둔 청년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활동하고 있어요.

"고민이 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 혼낼 것 같은 사람을 찾게 되잖아요. '이 정도 고민이라면 저 사람은 이해해 줄 거야'하는 마음으로요. 이런 무섭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누구나 고민을 나누고 고립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토크 중인 출연진. 유승규
[사진=토크 중인 출연진. 유승규]

특히 반가웠던 건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이에요. 은둔 경험을 가진 당사자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다른 은둔 청년들을 돕는 거죠. "은둔 청년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건 오히려 기회예요. 은둔 경험이야말로 가장 값진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안무서운회사는 은둔청년 직접 지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어요. '곰손카페'처럼 대인기피증이 있는 분들도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게임회사와 협력하여 게임 속에 도움 요청 시스템을 넣어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유승규님도 회사 운영 과정의 고민을 털어놓으셨어요. 첫째는 피어 그룹(peer group) 내의 윤리 문제를 꼽으셨는데요. 커뮤니티 안에서 생길 수 있는 애착이나 위력 관계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계셨어요.

그림=윤리규정, 종사자 소진 방지, 당사자 일경험 확대 묘사, 발표 자료 중 일부
[그림=윤리규정, 종사자 소진 방지, 당사자 일경험 확대 묘사, 발표 자료 중 일부]

또 다른 고민은 실무자들의 소진 문제였어요. 때로는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은둔형 외톨이를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때 종사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마지막으로는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셨어요. 당장의 생계가 걱정인 은둔 청년들에게는 회복 프로그램만을 권할 수는 없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함께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계신다고 해요.

연결의 밀도 : 변화를 만드는 관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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