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alk.
People
#
69
2024.10.03
잘 봐, 언니들 축구다!
위밋업스포츠 신혜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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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공공의 공간은 무엇인가요?
Table Talk #69호 썸네일. 위밋업스포츠 신혜미 대표가 오른손으로 축구공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대표. 그녀는 은퇴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자 위밋업스포츠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신 대표는 단체 운동에서 단절되거나 소외된 이들에게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나이, 성별, 능력, 신체 조건에 관계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위밋업스포츠는 경기 결과보다 함께 땀 흘리는 과정을 즐기고, 실패를 향한 두려움을 없애는 환경을 만들어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다정한 사회를 위해 도전하는 그녀의 이야기, 함께 살펴보시죠!


People 코너 로고. 사회혁신가와의 인터뷰를 전하는 Table Talk-People

큰따옴표 모양을 형상화한 tt 심볼과 구분선.

🏄 은퇴 여성 선수들의 두 번째 챕터

|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흥행하면서 축구라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었을 것 같습니다.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확실히 체감해요. 프로그램 속 참가자들은 선수 출신이나 프로는 아니에요.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대중, 특히 여성에게 자신감을 줬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여성이 “나도 저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라고 느끼고 도전하게 됐죠.

또, <골 때리는 그녀들>은 팀이 주는 소속감, 응원하는 팀이 승리했을 때 느껴지는 연대감 등 팀 스포츠가 주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스포츠 하면 치열한 경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경기를 함께하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양손으로 제스쳐를 만들며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신혜미 대표.
인터뷰 중인 신혜미 대표의 모습.

| 위밋업스포츠에서 개설한 프로그램에 신청하는 인원도 늘었나요?

네. 위밋업 초기의 취지는 여성과 단체 운동의 접점을 만드는 거였어요. 여성들에게 축구, 농구 등도 해볼 만한 운동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체험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팀을 이뤄서 활동하려는 요구가 늘었고, 코치님을 모시고 싶다는 요청도 많아요. 여성들의 스포츠를 향한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 위밋업스포츠는 어떤 계기로 창업하셨어요?

저는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경력 단절을 경험했어요. 운동했던 경력으로 사회에 나가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오로지 제 몫이었어요.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죠. 이런 부분에서 갈증을 크게 느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여러 교육을 들었어요. 당시 체육인재육성재단(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여성 스포츠 리더 과정을 수료했죠. 그런데 강사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왜 여성 스포츠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굉장히 와 닿았던 한 마디였어요. “그러게, 왜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좌) 유년시절 가족과 함께 해변에서 촬영한 사진. 신혜미 대표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우) 축구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팀원들과 함께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 네 명의 선수가 일렬로 앉아 있고, 신혜미 대표는 왼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활짝 웃음 짓고 있다.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유년시절의 신혜미 대표. ⓒ위밋업스포츠

우리나라 스포츠의 역사를 살펴보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수 대비 메달 획득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아요. 양궁, 배구, 스피드스케이팅 등 뛰어난 여성 선수들의 활약으로 이목을 이끈 종목도 많고요. 그런데 여성 코치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자주 봤던 여성 선수들을 떠올려보면 지금 활동을 이어가는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죠. 축구 지소연, 유도 김민정 선수처럼 세계적으로 활약했던 선수도 마찬가지고요.

왜 그럴까?라는 물음표를 갖고, 양수안나 공동 대표와 대한체육회의 은퇴진로지원센터에 찾아갔어요. 담당자들과 여성 선수가 은퇴 이후 지도자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구조를 개선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야기했죠. 그런데 저희의 고민이 하소연에서 끝나는 것 같더라고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큰 뜻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가 문제라고 여기는 걸 해결하고 하고 싶은 걸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은퇴한 여성 선수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 돌아온 언니들, 되찾은 운동장

| 위밋업스포츠를 있게 한 대표 사업으로 ‘언니들 축구 대회’를 꼽으셨는데요. 이 행사를 기획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여성들이 나이가 들수록 축구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남자 축구는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별 축구팀이 잘 조직되어 있고 조기 축구회도 활발한데, 여자 축구는 나이에 상관없이 1부, 2부로만 나뉘었죠. 이렇게 되면 50대나 60대 언니들은 실력과 구력을 갖추고 있어도 20대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기는 어려워요. 아무리 오랫동안 축구를 해온 여성이라도, 체력에서 차이가 나면 경기에서 활약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스포츠에 참여하는 이유는 직접 경기를 뛰고 싶어서잖아요. 그런데 경기장 바깥에서 박수치고 물병 갖다 주는 역할만 하다 보니 50대 이상 언니들이 축구에서 다른 종목으로 떠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점이 정말 아쉬웠죠.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최고언니상 수상 팀. 언니들축구대회 현수막 앞에서 브이, 하트, 엄지 등의 포즈를 취하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우승 팀원들.
언니들 축구대회 현장. 최고언니상을 수상한 언니팀 단체사진. ⓒ위밋업스포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40대 이상의 여성만을 위한 ‘언니들 축구대회’를 개최했어요. 나이든 여성들도 주체적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첫 대회에서는 총 6팀이 모였어요. 오랫동안 축구에서 멀어졌던 언니들이 다시 모여 팀을 이루고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 언니들의 운동장을 되찾아주셨네요.

언니들이 경기에서 존중받고, 스포츠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더 활발하게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실력을 강조하는 대신, 나이가 많은 '최고 언니'가 팀을 이끄는 구조를 도입했죠. 경기 중 동점 상황에서는 필드에 남아 있는 선수들의 나이 합산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도 적용했는데요.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 경기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연령 다양성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죠.

2018년 처음으로 개최한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지난 5월 6회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최근에는 ‘동생들’이라 부르는 20~30대 여성들까지 포함해 축구 대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언니들과 동생들의 리그는 따로 진행하고요. 최근 대회에서는 동생들이 언니들의 경기를 보면서, 진심을 다해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고요. 덕분에 언니들은 더 큰 자부심을 느끼며 필드를 누볐어요.(웃음)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참여한 제6회 언니들 축구대회 현장.
언니들 축구대회 현장 사진. ⓒ위밋업스포츠

헌신? 책임? 아니요, 다정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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